성장에서 지속 가능성으로: 2025년의 전환점
2021~2023년 한국 핀테크 시장은 저금리 환경과 팬데믹 비대면 수요를 등에 업고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2025년의 풍경은 다르다. 금리 정상화, 투자 혹한기, 그리고 금융당국의 규제 정비가 맞물리면서 시장은 '얼마나 빠르게 성장하는가'보다 '어떻게 수익을 내고 신뢰를 쌓는가'를 묻기 시작했다.
마케팅 담당자에게 이 전환은 단순한 시장 분위기 변화가 아니다. 예산 집행 논리, 성과 지표(KPI), 고객 커뮤니케이션 방식 전반을 재설계해야 하는 구조적 신호다.
변화 1. 슈퍼앱 경쟁의 2라운드: 기능에서 충성도로
토스·카카오페이·네이버파이낸셜은 이미 결제·송금·투자·보험·대출을 한 앱 안에 담았다. 2025년 슈퍼앱 경쟁의 핵심은 더 이상 '기능 추가'가 아니다. 사용자가 얼마나 자주, 얼마나 깊이 앱을 사용하는지—즉 생애가치(LTV)와 참여도(Engagement)가 새로운 전장이다.
마케터 시사점:
신규 설치(CPI) 중심 예산을 줄이고 리텐션·크로스셀 캠페인에 재배분을 검토할 시점
앱 내 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세그먼트별 메시지 개인화가 필수
'혜택'보다 '습관'을 만드는 UX 라이팅과 넛지 설계가 마케팅 팀의 역할로 확장
변화 2. 마이데이터 2.0: 초개인화의 기회와 규제의 경계
금융위원회는 마이데이터 서비스 고도화를 지속 추진하고 있다. 금융 데이터와 비금융 데이터(통신·유통·의료 등)의 결합 범위가 넓어지면서 이론적으로는 전례 없는 수준의 초개인화 마케팅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동시에 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 개정에 따른 동의 관리 의무, 마케팅 목적 데이터 활용 제한, 정보 주체 권리 보장 요건이 강화되고 있다. 마케터가 데이터팀·법무팀과 함께 '할 수 있는 것'과 '해서는 안 되는 것'을 명확히 구분하지 않으면, 개인정보 이슈가 브랜드 리스크로 직결된다.
실무 체크포인트: 마케팅 자동화 툴에 연동된 데이터 소스가 마이데이터 이용 동의 범위 안에 있는지 정기적으로 감사(Audit)하라.
변화 3. 임베디드 파이낸스: 경쟁자가 늘었다
쿠팡·무신사·야놀자 같은 비금융 플랫폼이 자체 결제·BNPL·적립 금융 기능을 내재화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별도의 금융 앱을 설치할 이유가 줄어든다. 이는 독립 핀테크 앱의 트래픽 분산을 의미한다.
반면 핀테크 기업이 BaaS(Banking as a Service) 또는 API 공급자로 포지셔닝하면, 임베디드 파이낸스는 위협이 아닌 새로운 B2B 수익원이 된다. 마케팅 전략도 이 두 갈래에 맞게 분기해야 한다.
B2C 포지션 유지 시: 독자적 브랜드 신뢰와 전문성 강조, 특정 금융 버티컬 집중
B2B 전환 또는 병행 시: 파트너사 대상 콘텐츠 마케팅, 사례 연구(Case Study), 업계 행사 중심 채널 전략
변화 4. B2B 핀테크의 부상: 마케팅 언어를 바꿔야 한다
SME(중소기업) 금융, 기업 지출 관리, 급여 자동화, 외환 솔루션 등 B2B 핀테크 세그먼트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핀테크 마케팅 팀은 여전히 B2C 언어와 채널에 최적화되어 있다.
B2B 핀테크 마케팅의 핵심 차이:
항목 | B2C 핀테크 | B2B 핀테크 |
|---|---|---|
주요 채널 | 앱스토어, SNS 광고, 인플루언서 | LinkedIn, 업계 미디어, 세미나 |
핵심 메시지 | 편리함, 혜택, 감성 | ROI, 보안, 통합 용이성 |
의사결정 구조 | 개인 즉시 결정 | 다수 이해관계자, 긴 사이클 |
성과 지표 | 설치 수, DAU | 리드 수, 파이프라인 전환율 |
변화 5. 생성형 AI: 고객 접점의 지형이 달라진다
국내 주요 인터넷은행과 핀테크 플랫폼은 생성형 AI 기반 금융 상담 챗봇, 개인화 상품 추천, 이상 거래 탐지 고도화를 빠르게 도입하고 있다. 고객이 금융 정보를 탐색하는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마케터에게 이는 두 가지 과제를 던진다.
첫째, AEO(Answer Engine Optimization) 대응. ChatGPT·Perplexity·네이버 AI 검색 등 AI 검색 엔진이 금융 상품 비교·추천 쿼리에 직접 답변을 생성하기 시작했다. 기존 SEO만으로는 노출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 구조화된 FAQ, 명확한 팩트 기반 콘텐츠, 스키마 마크업이 AEO 대응의 기본이다.
둘째, AI 생성 콘텐츠의 신뢰도 관리. 금융소비자보호법상 금융 광고·안내에는 정확성 의무가 있다. AI가 생성한 마케팅 콘텐츠나 챗봇 응답이 오정보를 포함할 경우 법적·브랜드 리스크가 발생한다. 사람의 검수 프로세스를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
2025년 핀테크 마케터를 위한 실행 체크리스트
KPI 재정의: 신규 획득 지표와 함께 LTV·리텐션·크로스셀 전환율을 대등하게 측정하라
데이터 거버넌스 점검: 마케팅 자동화에 활용 중인 데이터 소스의 동의 범위를 분기 1회 이상 감사
채널 포트폴리오 재배분: B2B 세그먼트 비중에 따라 LinkedIn·업계 미디어 예산 비중 조정
AEO 콘텐츠 기반 구축: 주요 금융 상품별 FAQ 페이지와 구조화 데이터 마크업 정비
AI 콘텐츠 검수 프로세스 수립: 생성형 AI 활용 콘텐츠에 대한 법무·컴플라이언스 검토 루틴 확립
성숙기 시장에서 마케팅의 역할은 단순한 '인지도 확대'를 넘어 신뢰 자산 구축으로 확장된다. 2025년 한국 핀테크 마케터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예산이 아니라, 더 정밀하고 지속 가능한 전략이다.

